오래전,
일이 있어 서울을 갈 일이 있었고
일요일 아침의 약속 일정에 맞추려다 보니
부득이 토요일 밤에 올라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확한 상황은 기억이 안난다.
무엇 때문에 그리 일찍 올라 갔을까?
강남터미널에 도착했을 땐 자정 무렵이었다.
아침 일정이 있을 예정인 구로로 미리
이동을 하고선 너무 많이 남은 시간에
어찌 할 바를 몰랐었다.
pc방도, 찜찔방도 없었던 시절,
부득이 찾아야 했던 여관방,
그 시각의 그 동네는 너무도 어두웠다.
가로등외엔 불꺼진 빌딩만 늘어서 있어
지리는 커녕 방향감각조차 없던 나는 암담하기그지없었다.
유흥가가 아니다 보니 한참을 헤매고
걸어도 숙박업소는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골목 한 귀퉁이에서 발견한
초라하고 낡은 여관간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고 안내되어 들어선 방은,
사변형의 방이었다.
평행사변형도 아닌 그냥 사변형,
네 꼭지점의 합은 360도지만
그 각의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기이한 공간이었다.
정확한 각으로 네모난 방은
사람에게 편안함과 익숙함을 안겨준다.
일관된 그 규칙속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온 탓에
반듯한 네모가 주는 평안함을
나는 그간 인지하지 못하고 지냈었다.
서서 봤을 때 부터 기이하다 싶었지만
자리에 누워 천장을 보니
지금 내가 있는 공간이 얼마나
기괴한 형태의 공간인지 너무도 잘 보였다.
낯선 도시,
한여름, 폭염의 밤,
찌그러진 사변형의 형태로 불안감을 안겨주는 방,
그 방의 한쪽에 또 어설프게 벽을 질러 만든 화장실이 주는 기괴함,
그나마 세탁은 한 듯 약품냄새가 폴폴 나는 침구들,
낡아 빠져 덜덜거리는 소리를 내는 선풍기,
퀘퀘한 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내 상상속에선 나고 있었다.
방음이라곤 애초 설계개념에 포함되지도 않았을터...
좌우에서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와 신음소리들.
기괴하고도 불편하기 그지없는 공간이었고 시간이었다.
퇴실이 아니라 탈출을 하고 싶었다.
·
·
·
낯선 도시에서의
혼자 하룻밤 숙박이 지금껏 나에겐 3번 있었다.
몸서리 쳐지는 기억은 처음 한 번으로 끝났고
그 이후 두 번은 다행히 평범했다.
처음의 강렬했던 그 기억은
나머지 경험에서의 쓸쓸함과 공허함을
달래주는데 좋은 약이 되긴 했다.
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혼자임에 익숙해 있다고 늘 자신해 왔던 나였지만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정말 철저하게
혼자가 돼버렸던 순간이 주는 생경스러움은
쉽게극복되지가 않았다.
나는 더 익숙해져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