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들

무개념

오거스트 8월 2005. 7. 6. 16:46




소나타2의 주인은원래는 예쁘게 주차 시켜 볼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공간이 조금 작기도 했지만 옆의 뉴ef가 걸리적 거려 결국 포기를 하곤

저리 대놓고 마무리를 해버렸다. 헐....

저곳이 막다른 길이라면 또 약간 이해를 하겠지만

사진상으론 막힌길 같아 보여도 오른쪽으로 돌아서 나가는 길이 있다.


물론 그 분도 처음부터 한 방에 저리 주차한건 아니었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반복반복반복....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며그 와중에 뒤에 있는 죄없는

마티즈 앞 주둥이를콩! 콩! 서너 번씩 찍어주기까지.

그러는 동안 난 당연히 기다리고 있었다.

참을성 있게 잘 기다렸다. 뒤에 바짝 붙어서 압박도 가하지 않았고

빵빵거리지도 않았다. 바쁘지 않기도 했지만 어쩐지 좀 불쌍해서...

오히려쯧쯧 ... 하는 심정이었다.

이러길 대략 10분 가까이를 했다. 10분!!

남 주차 하는거 뒤에서 기다려 주는 10분? 말이 돼 이게??

결국 깔끔한 주차를 포기한 그 분은 갑자기 차에서 내리더니

저 상태대로 내버려 두고는종종걸음으로 휭허니 가버렸다. 헐...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부를 틈도 없었다. 아니 틈이라기 보단 너무 어이가 없어

멍해져서 할 말을 잃은 사이에 어디론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라는게 맞는 표현이다.

최소한 나에게 잠깐만 기다려 달라라는 양해의 말 내지는

미안하다는 표시의눈인사 정돈 해야 하는거 아닌가?

저렇게 해놓고 집에 들어가 버린건지, 잠깐 옆에 어딘가에 볼일을 보는건지...

나를 못 본 건 아니다. 그 분이 힐끔거리며 룸밀러로 나를 봤기 때문에.

허 참....헛웃음이 나왔고 맞은편에서 걸어오며 대충 상황을 알아챈

아저씨는 나 한 번 보고 바삐 걸어가는 무개념 차주인 한 번 보고 허허~ 하고 웃었다.

뒤늦게 얼떨떨해진 정신을 수습하고 나니 그제서야 분노와 함게

오기도 생겼다. 좋아!! 내 이대로 기다려주지 !!

한 마디 진하게 해주려고 벼르고선 계속 기다렸다.

그 기다리는 와중에 저 사진도 찍은거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뒤로 늘어선 차가 없었다.

그러고 5분쯤 흐르자 나타났다. 여전히 전혀 미안하단 제스쳐도 없이

나에게 눈길도 한 번 안주고이번엔 차를 빼서 나가느라고 또 용을 쓰기 시작했다.

1분..2분..3분.. 전진... 후진, 또 제자리 ...반복반복반복...

아 ~ 정말...아 ~~~~~~정 말 !!!!!!!


10분전 상황을 그대로 재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장면과 액션은 똑 같은데 아까는 주차중..지금은 탈출중 이라는 목적만 다를뿐.

난 거의 15분 이상을 저 차 뒤꽁무니에서 서서

어리버리 쇼를 구경하고 있는 셈이었다.

치밀어 오른 분노가 이쯤되니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음도 편안해졌고 득도한듯이 평화로운 눈빛으로 안쓰러운

탈출 장면을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이윽고 말없이 차에서 내린 나는 그 분의 난코스 탈출을 위해 차옆에 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가이드까지 해줬다.

그러나 답답한 상황은 별 진전이 안보였고

때마침 지나가던 아저씨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나서기에난 조용히 물러났다.

여전히 계속되는 어리버리 쑈에 방해 될까봐 조용히 후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