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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

gone














일반적인 벽과는 또 다른 차원의 장벽을 쌓아놓고

살았던 그와 친구가 되긴 힘들었다.

동갑...서른 중반이 넘어 일때문에 만나서 2년 정도의 시간을

동료처럼 지내는 동안 친구라고는 끝내 부르지 못했지만

오래된 친구와도 나누지 못한 것들을 그와는 나눌 수가 있었다.


그가 쌓아 놓고 사는 불규칙한 높낮이의 평범하지 않은 벽에 흐르는 감정들을

때로는 애틋한 마음으로 때로는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나의 벽 또한 바탕은 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느꼈기에 그 공감의 시간들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었다.

살아가며 만난 사람들중 밑바닥 자아가 나와 가장 많이

닮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기에.


농담처럼, 내가 당신 좋아하는거 아냐고 웃으며 물었었고

알고 있다면서..자기 또한 나 좋아한다고 대답하곤 했었다.

바보라 불러도 좋으리만치 순박했던 사람이었고

세상 살아가며 누려 봤어야 할 많은 것들을 제대로 한 번

누려보지도 못하고 살았던 그는 이제 먼 길을 떠났다.

마흔을 훌쩍 넘은 적지 않은 나이지만 채 피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어린 꽃이라고 불러도 좋으리라.


그의 흔적이 내 블로그에 남아있다는 기억이 나서 뒤적인 끝에

그의 짧은 댓글을 찾아 내고는

읽고 또 읽으면서,

짧지 않은 시간 함께 하며 그의 사진 하나

남기지 않았단 사실에 가슴이 막힌듯 답답해졌다.

예전의 일을 다시 시작하면 꼭 자기를 불러 달라며

통화할 때 마다 당부하던 그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자신이 만든 작은 틀을 갖고 세상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틀이 현실세상과 너무도 맞지 않음에 힘들어 하며 살았고

그 갭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던 그를 이제 보낸다.

이제 편안해 졌기를...









Michael Schenker Group - When I'm 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