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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

책 읽기



선천적으로 밤에 잠이 없는 체질이라고

생각한 나는 야간근무를 자청했다.

저녁에 출근하고 새벽에 마치는 생활을 한지 햇수로 5년째.

익숙한 시간, 새벽 2시.

바빴던 일이 정리되고 여유가 생기게 되어

며칠째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을 펼쳐 들었다.

눈은 기계적으로 글자를 쫓고 있지만

좀체 진도를 나아가질 못한다.

한 줄 한 줄이 힘겹게 혹은 건성으로 지나가는 동안

기다리다 못한 손가락은 책장을 넘기려 바스락댄다.

억지로 집어든 책은 멋내기용 렌즈없는 안경을 걸친듯

몸에 겉도는 느낌이고 책을 집어든 손모양마저 어색해 보였다.

인터넷과 네트웍 세상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원하는 정보만 쏙 빼내서 보는 쾌적함, 실시간으로 응답이 이뤄지는 신속함,

컴퓨터로도 모자라 이제는 핸드폰으로도 수시로 온라인을 들락거리게되니

내 호흡은 점점 더 빨라져서 이제는 긴 호흡으로 읽어나가야 하는

책이란 것이 점점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런 변명을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오늘도 또 책장을 그냥 덮는다.

아이고~ 봄이 오면 도서관도 좀 다녀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