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진찍으며
산책하던 나에게 다가와서 불쑥 건네는 첫마디가 이랬다.
'엄마가 낯선 사람하고 말하지 말랬는데....'
'야, 나도 낯선 사람하고 말하는거 어색해서 안 좋아하거든?'
물론 이건 내 속마음이었고...
뭐 찍냐 왜 찍냐 하는등의 시시콜콜한
질문을 하면서 졸졸 따라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사용법을 묻고는 몇 마디 듣자마자
자기가 찍어 보겠다며 카메라를 갖고 가버렸다.
그..그거 내 2년치 용돈모아 산거야. 조심조심 다뤄줘 ㅜ.ㅜ
주변을 돌면서 쉼없이 찍어대는데
너무도 즐거워하는 모습에
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기다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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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이는 벽이 없는건가?
벽이 없는
아이를 보며
참 예쁘네...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쌓아 놓고 사는 벽들은 높이가 꽤나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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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대하며 마음이 가는대로 임의의 벽을 쌓는다.
저 사람은 무릎높이 정도 쌓아 놓고 마주 봐야지.
저 사람은 가슴까지는 쌓고 대해야겠다.
저 사람은 보기도 싫으니 한 2m 쌓으면 되겠네.
아무리 허물없이 친한 사이에도
비록 낮지만 어느 정도 벽은 있다.
이는 가족,친구,부부등의 끈끈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벽이 야트막해 보인다고 함부로 넘어가면 안되는게
개인의 가치관, 철학, 성품, 취향등
한 사람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들이 모두
그 낮은벽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때나 쉽게 넘어오라고 낮게 쌓은게 아님을 잊지말아야 한다.
가끔은 누군가의 그 낮은벽을 넘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불쾌감 안 느끼게끔 부드럽게 넘어가서
적절하게 머물다 온다면 나쁘지 않겠지만
이는 차암~ 어려운 일이더라.
또한, 일대일의 대면에서는 상대와 내가 각자 쌓아 놓은 벽의
높이가 비슷해야 좋은 관계가 유지될 것임은 당연한 일이다.
그 차이가 현격하다면
낮게 쌓은 쪽에서는 상대방의 높은 벽이 서운할 것이고
높게 쌓은 쪽에서는 상대의 지나친 개방 요구에 당황해 할 것이다.
이해와 양보를 통해 이 차이의 적절한 조절을 해야 한다는 이야긴데
이 또한 차암~ 어렵더라.
내 마음속 최소한의 높이라 생각되는 가상의 라인이 있다.
살아가면서, 그 최소높이의 벽만 쌓고 만나고픈 사람을
몇이나 만날 수 있을까.
그기에다 이따금은 그 벽 마저 가끔씩 서로 넘나들어도
거부감이 없이 맞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과연 한 명이라도 제대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