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들

안도의 한숨














실밥을 풀고 이틀만에 밴드를 떼었다.
검게 딱지가 앉았네?
상처를 만져 본다. 살짝 힘줘 눌러도 보고.

약간 통증은 있군. 흉터가 남는다지만
그러려니했다. 자세히 들여다 보지도 않았다.
더 젊은 나이였다면 신경이 많이 쓰였을까?

왼쪽 눈썹 위쪽 머리카락이 시작되는 부위...
흠...그러고보니 역시나 인체부위중 모서리에 해당되는 부분이잖아?
.
.
.
.
.
한 때 이게 궁금했었다.

일상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통증중
아프기로는 손꼽힐만한 것 중에
책상 모서리에 새끼발가락 부딪히기가 있다.

그런데 왜 새끼발가락인가?

가장 키가 작아 상대적으로 확률이 떨어져야 할 그놈이
삐죽 튀어 나온 엄지와 둘째발가락을 제치고 왜 항상 앞장서 충돌을 하는가?

하지만 이런류의 시시한 궁금증은 그때뿐일 경우가 많아 곧 잊혀졌었다.
이유야 대충 짐작이 갔지만 이번 사고를 통해 다쳤던 과정을 생각해보니
그 이유와 전개과정이 제법 과학적(?)으로 짐작이 가는 것이다.

사람이 이동중에 뭔가에 부딪히는 경우가 흔히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인체의 모서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부딪히는건 사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무슨 소리냐면,
엄지발가락이 부딪히려면 인체의 신체구조상 그 사물과 거의 정면으로 마주하다시피 해야만 한다.
이건 정상적인 공간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전에 회피할 수 있을테니
엄지발가락이 다치긴 쉽지 않은 것이다(돌부리나 작은 사물처럼
정면에 있지만 미처 발견 못한 대상을 제외하면)

즉, 스치듯 지나가려 했으므로 당연히 가장 바깥부분인 새끼발가락이 노출될 수 밖에 없고
여기서 공간계산의 미세한 착오로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게되니 엄지발가락을 책상다리에 찧는다는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장담컨대, 나는 이미 지금껏 알게모르게 수십 수백 차례
책상다리나 침대다리, 열려진 문의 모서리등 공격적인 성향의 가구들을
스치듯 성공적으로 지나쳤을 터이다.

그러니, 앞으로라도 새끼발가락을 찧은 경우가 발생한다면
물론 극심한 통증으로 아프기야 하겠지만 나의 방향감각이나 공간지각력이
평균적인 오차범위 내에서 지극히 정상적으로 작동중임을 확인한 것이니
비명을 지르면서도 내심 안도를 하게 될 것 같다.

엄지발가락을 찧는 횟수가 혹시나 늘어난다면?
그땐 내 몸에 정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 여기고 고민을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