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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

글없는 일기





3/4분기가 끝나가는 즈음해서
그간 찍어 놓고 쌓아 두기만 했던 사진들을 정리했다.


버릴건 버리고 옮겨 놓을건 옮기면서한 장 한 장 사진을 보고 있자니
그 당시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뭘하러 간 건지, 대부분은 혼자였지만 혹 동행이 있었는지,
날씨는 어땠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등.


달랑 한 장의 사진으로만 남았으니 잘 압축된일기를 대하는 느낌이다.
마치 그림일기에서 글이 빠진듯한.


빠진 글들을 오늘은한 번 적어 본다.











쇼핑은 피곤하다

점원들의 살살거리는 웃음과 친절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맘편히 구경하게 그냥 놔둔다면

손님을 본체만체 하네? 하며 기분이 상할지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나에겐 작은 즐거움이지만

타인에게는 신경쓰임과 불쾌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언제부턴가 오해를 살만한 곳에선 카메라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이런 번화가의 사진은 이른 아침에나 찍게 된다.













라면은 좋아하면서도 국수는 싫어했는데

간혹 만나게 되는 멸치에 의한 국물의 비릿함이 싫어서였다

까탈스런 입맛이라고 핀잔들어도 쌈

이 날은 만족~













지저분한 유리가

빛을 이렇게 은은하게 뿌려줄 때는 좋은 거구나













친구와 함께 들렀던 성주사,

많이 더웠었고 연꽃이 절정이었던 기억이 난다













꼬마가 소변이라도 보는걸까 ㅎㅎ













항구도시에 살면 지겹게 본다 갈매기

그간 찍은 이런 사진들이 아마 세 자리 수일듯













여름, 휴일,교외의 한적한 초등학교,

아빠의 너털웃음, 깔깔거리는 아이의 웃음소리..

무엇 하나 사진에 담기지 않았지만 이 한장을 보면서

내 기억 속에선 흐뭇한 영상으로 떠오른다.













출퇴근을 하며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들르는 공원

비라도 오는 날이면 별 수 없이 차에서 기다린다

(커피 한 잔, 담배 한 개피) X 2












함안 악양루, 이곳에 가면 경비행기를 타 볼 수 있다.

언젠가는 한 번 타고서 항공사진(이라기엔 소박하기 그지없지만)을 찍어 보리라 벼르고 있다













6월말쯤 태풍 메아리가 오던 날.

어선들과 각종 장비들이 대피해 있고 엄청난 바람을 맞으면서 한 장 남겼다

저 청년에겐 양해 구했으니 도촬아님.













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기다리며 근처 공원을 거닐었다

헉소리 나는 예상견적에 급우울해진 내 마음이 잘 표현된 사진이랄까.













가을이 되면 한 번은 꼭 들르는 교외의 농촌마을이 있다

푸근한 풍경과 호젓한 산책로, 잘 보존된 하천을 떠올리며

여름휴가때 들렀는데

무슨 공사인지 거창한 공사에 그림같은 하천의 모습이 사라졌다

허탈, 반감, 분노!













그나마 아직 모습이 남은곳도 있긴 하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제방너머로 원래는 울창한 하천가 풍경이

펼쳐졌었는데 지금 그쪽은 초토화 수준이다













갯벌 체험장 이라기엔 너무도 초라한

봉암 갯벌 생태 학습장

여기 올때면 떠오르는 친구가 있는데

환경단체에서 근무하며지방뉴스에 종종 얼굴을 내비치며

전방위로 활동하는 대학동기이다

친구야, 수중관찰소 맨날 문닫겨 있더라. 힘 좀 써주라~













어머니의 약들

약값 많이 든다고 한탄하시는데...

수억으로 들어도 좋으니 좀 건강해 지셨으면...













이따금 들르는 동네 호프집













아침에 퇴근을 하는 나에게

토요일 아침은 주말의 시작

바구니 가득 온전히 남아 찰랑대며 넘칠듯한 휴일의 시간들에

흐뭇해진 퇴근길 사진













내가 가는 도서관 옥상은

벚꽃이 필 때와 가을 낙엽이 질 때 내려다 보는 풍경이참 예쁘다

벤치도 있고 자판기도 있어 유유자적하기도좋아서

이따금은열람실은 건너 뛰고 여기만 다녀 올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