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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들

길을 걸었지


























































































길을 걸으며

무심히 찍어댄 별 의미없는 사진들,

그럴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노래

길을 걸었지~♪

로 시작하는 산울림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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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이었고 가을 어느날 이었다.
대입이 다가옴에 따라 잔뜩 예민해져서
불안하고 짜증스러운 아침을 자주 맞아야 했다.
등교해서 잠시 가방을 책상위에 올려두고
멍하니 앉아 있는데 누군가 회상을 부르고 있었다.

나지막한 소리가 아니었는지라
고개를 돌려 그 친구를 쳐다 보았다.
공부와 별로 안 친했던 그 친구
혀가 조금 짧아 평소에 발음이나 억양이 웃음나게 했던..
키는 멀대처럼 커서 호리호리하고 얼굴은
하얗고 깍쟁이스런 느낌이었던 그 친구가 부르고 있었다.

참 못 불렀다.
저런 실력으로 다 들으란듯이 참 용감히도 부르네 싶었다.
아침자습을 시작하기전의 마지막 소란스러움이
교실을 채우고 있었고 나외에는
아무도 그 친구의 노래에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그리 그 친구의 노래에 끌리던지...
진지하게 참 열심히 불렀고
그게 내 귀엔 착 감기며 너무도 기분좋은 울림으로 들렸다.
불안하고 초조했던 수험생에게 던져진 한 알의 진정제같았다.

나랑은 친하지도 않아서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았던 그 친구
승윤이....

카메라 들고 느긋하게 골목길 산책을 할 때면
그 친구가 또박또박 부르던
회상이 아직도 생각난다.